투구게의 면역체계와 응용

Biology / / 2020. 7. 2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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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세균은 모여서 콜로니(colony, 집락)를 형성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균의 크기는 보통 1~5 µm(마이크로미터, 1/1000000 m = 1 µm)이기 때문입니다. 무균 치료실, 병원의 수술실, 제약회사 공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감염되면 치명적인 곳에서는 세균이 감염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토끼에게 샘플을 주사하여 3일 동안 관찰하면서 열이 나는지 체크를 하여 세균이 감염되었는지를 확인하였지만, 많은 돈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특히 동물 실험의 윤리적인 문제가 있어 이를 대체해야 할 것이 필요하였습니다. 1965년 미국에 있던 Frederik Bang(프레더릭 뱅)에 의해 투구게의 혈액이 그람 음성 세균을 만나면 응고되는 점이 발견되었고 이것은 토끼를 이용하던 방법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투구게의 혈액이 어떻게 세균의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투구게의 혈액을 어떻게 채취하는지 그리고 혈액 채취를 통해 투구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균의 세포벽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세균의 세포벽

세균은 크게 그람양성 세균, 그람음성 세균으로 나뉘며 이들의 세포벽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 그람양성 세균의 세포벽: 세포질 막과 상대적으로 두꺼운 펩티도글리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그람음성 세균의 세포벽: 세포질 막과 상대적으로 얇은 펩티도글리칸과 그리고 외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균의 종류에 따른 세포벽, 그람음성은 상대적으로 얇은 펩티도 글리칸과 외막을 가지고 있다.

*참고: 그람음성 세균은 그람양성 세균과 다르게 세포벽에 외막을 가지고 있어 페니실린(항생제)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페니실린의 R 기를 변형하여 그람음성 세균에도 효과를 주는 암피실린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람음성 세균은 양성 세균에 비하여 얇은 펩티도 글리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밖에서는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지게 됩니다. 이때 터져 나온 세포벽 성분들 중 외막의 지질 A가 면역시스템에 반응하여 염증과 발열 증상을 일으키게 하므로 우리는 지질 A를 내독소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그람음성 세균이 분열할 때에도 내독소가 발생됩니다.)

 

세균의 내독소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면역이 약화된 사람, 어린아이, 노년층 등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병원, 제약회사에서는 세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투구게의 혈액은 그람음성 세균과 반응하여 응고된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투구게는 그람음성 세균이 침입하면 혈액이 응고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계속해서 투구게의 면역체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구게의 면역체계

투구게는 절지동물로, 이름에 '게'가 들어가지만, 유전학적으로는 전갈, 거미에 가까운 생명체입니다. 그리고 투구게는 절지동물이 가지고 있는 개방형 순환계를 가지고 있습니다.(일반적으로 포유류는 폐쇄형 순환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폐쇄형 순환계는 혈액이 혈관을 통해서만 이동하는 반면에 개방형 순환계는 모세혈관이 없어 혈액과 조직액간의 구분이 없이 흐르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방형 순환계를 가지고 있으므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면역체계와는 다른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폐쇄형, 개방형 순환계 이미지

개방형 순환계를 가지고 있는 생물의 경우에는 폐쇄형 순환계와 달리 선천적 면역 시스템만 존재하고 있습니다.(폐쇄형 순환계의 경우에는 선천적, 후천적 면역 시스템이 있습니다.) 선천적 면역 시스템으로 인하여 외피 손상으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세균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세균을 고정하고, 손상된 외피로 체액의 손실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응집반응이 일어나서 체액의 손실을 최대한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구게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투구게의 혈액 속에 있는 유주세포(amebocyte)는 체내에 침입한 그람음성 세균의 내독소를 만나게 되면 응고 물질을 분비하여 세균의 움직임을 막습니다.

투구게의 유주세포(Amebocyte)가 그람음성 세균과 반응하여 저지하는 이미지

투구게의 유주세포는 큰 과립 인자와 작은 과립인자가 있는데, 그람음성 세균을 만나면 먼저 큰 과립인자를 분비하고 큰 과립인자는 응고물질을 방출하여 그람음성 세균을 응고시킵니다. 그리고 작은 과립인자를 분비하여 큰 과립인자와 작은 과립 인자가 방출하는 항균물질로 그람음성 세균을 저지합니다. 투구게의 혈액이 어떻게 그람음성 세균과 반응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투구게의 혈액을 어떻게 채취하고 있을까요? 계속해서 투구게의 혈액을 어떻게 채취하는지 그리고 혈액을 채취함으로써 투구게에게 어떤 부작용을 주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구게의 혈액 채취와 부작용

연구를 통해 1970년 투구게의 혈액에 있는 유주세포를 분리하여 LAL(Limulus Amebocyte Lysate) 시약을 만들었습니다. LAL 시약을 통한 검사는 결과가 45분이면 나왔으며,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기존 토끼를 통한 내독소 검사를 대체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수만 마리의 토끼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LAL 시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구게의 혈액이 필요했고 매년 수십만 마리가 포획되어 강제로 혈액을 채취당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투구게의 혈액은 1.5L당 한화 약 2,700만 원입니다.)

 

강제로 투구게의 혈액을 채취하고 있는 이미지 입니다.

투구게의 심장 부근의 껍질에 구멍을 내어 전체 혈액의 30%를 채취한 뒤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채취하는 과정에서 보통 10~15%가 죽고, 혈액 채취의 부작용으로 바다로 돌려보낸 개체 중 5~20%는 빨리 죽습니다. 그리고 혈액을 채취당한 암컷은 그 해에는 번식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결국 투구게의 전체 개체수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주고 있습니다. 이 부작용으로 인하여 투구게는 현재 위기 근접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LAL을 대체할 물질을 만들었으나 아직 미국의 FDA에서는 승인을 해주지 않아 현재 LAL을 대체할 물질은 없습니다.

 

그리고 투구게의 혈액은 붉은색이 아닌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왜 투구게의 혈액은 푸른색일까요? 마지막으로 투구게의 혈액이 푸른색인 이유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구게의 피가 푸른색인 이유

인간의 혈액은 헤모글로빈에 있는 철(Fe)이 산소와 만나 반응하여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구게의 혈액에는 헤모글로빈 대신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가지고 있는데 헤모시아닌에는 구리(Cu)가 있습니다. 헤모시아닌에 있는 구리가 산소와 만나 반응을 하여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투구게의 피는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마무리

이번에는 투구게의 면역체계와 면역반응을 응용하여 어떻게 내독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투구게의 혈액을 통해 수만 마리의 토끼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투구게가 멸종당할 위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루빨리 LAL을 대체할 물질이 승인되어 투구게가 멸종당할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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